본문 바로가기
드래곤테일_틸

[-]

by 배추쿵야 2025. 12. 7.

영웅들은 왕자의 사랑하는 들꽃을 구한 댓가로 그에게 열쇠를 건네 받았답니다. 그리고 길잡이의 안내를 받아 오랫동안 닫혀있던 여신의 보물고를 열 수 있게 되었지요. 그곳에 갇혀 있던 공주님은 영웅들을 환대하며 많은 선물을 주었습니다. 추위에 지친 몸을 감쌀 수 있는 옷을, 토벌을 앞둔 이들에게 따뜻한 식사와 융숭한 대접을, 사악한 용에게 맞설 수 있는 거울을,

 

그리고 몸을 잃은 영웅들에게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요.

하지만 그 영광은 긴 고통과 역경을 이겨낸 영웅에게 응당 주어질 것이었으니, 역사속의 영웅이 아닌 자는 그 영광과 보상을 누리기 어려운 것이 당연합니다. 그런 보상이 없다면 누가 이 명예를 가치있다고 생각하겠습니까? 

 

 

- 소원은 들었어. 하지만 보다시피, 난 여기서 움직일 수 없어. 최대한 도와줄 수는 있지만...

- ....

- 다시 이곳에 오면 얼마든지 도와줄 순 있어.

 

막연히 꿈꾸던 모험은 마냥 슬프지 않게 끝났고, 생각지도 못한 영예를 얻었으며, 닿고 싶던 저 북쪽 끝의 성역에도 닿았건만... 왜 소중하게 간직하던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요? 쓰린 마음을 안고 최후의 전투에 나섰고, 필사적인 사람들의 분투와 소망이 엮인 이야기는 기어코 천일의 이야기를 엮어내어 기적을 이루어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내려앉은 마법사들 중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던 황금탑의 마법사를 본 것은 또다른 기적이었을까요? 그녀는 소서리스였고, 생물을 정화하고 본연의 모습으로 치료할 수 있는 유이한 존재였습니다. 그러니 도전을 하면서도 마음 한켠에 자라버린 무언가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기적이며, 다시 없는 기회고, 그것을 놓치는 선택을 하면 돌이킬 때까지는 아주아주, 피나는 노력과 기적이 있어야 다시 닿을 수 있다는 것을요. 그러니 이 기회는 반드시 잡아야 합니다.

 

 

"......."

 

겨울을 뚫고 앞으로 나섰던 여름바람은 자격이 있었습니다. 마땅히 소원을 빌고, 원하는 대로 사랑하는 가족에게 행운을 쥐여줄 수 있을겁니다. 여름 바람이 겨울을 이겨내고 이 길을 걷게 만든 것은 어찌보면 옛 모습을 잃은 요정과 만나 그녀를 닮아버린 덕이었을테니까요. 그러니까, 고향을 찾던 어느 마리드의 말처럼, 영웅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못된 네레이드가 새 시대의 영웅을 키운 셈이었습니다. 아니, 명예니 자격이니를 떠나 그녀는 여름바람의 세계였고, 흩어진 뒤에도 영원불멸 사랑할 가족일겁니다. 그러니 더더욱 행운을 안겨주고 싶었으며, 그렇기에 고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 새끼 윈드워커야. 난 내 선택에 후회해본 적이 없어.

 

사랑하는 가족은 불구덩이라도 선택이 기꺼우면 들어갈 이였습니다. 가끔 옛 기억에 대한 그리움이 있긴해도, 소원을 이루어주고 박수를 친다면 언제 부탁이라도 했냐고 분노하겠지요. 그건 단순히 억지가 아니라 그녀의 선택권을 빼앗은 것이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가 키운 것이 고독과 방랑, 자유가 숙명인 바람이었는지라 그 부조리함에 대한 분노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운이라면 운이었을까요.

 

 

황금탑의 소서리스가 머무는 방 앞에서, 여름바람은 오래오래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어젖혔습니다. 이 지극히도 편리하고 욕심이 조금 과한 소원을 높으신 분께서 들어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요. 어느 복원가가 격려했듯이 자신은 영웅이니까요.

 

못되먹은 옛 요정이 자신에게 영웅이듯이.

 

 

 

 

공미포 1280 

'드래곤테일_틸' 카테고리의 다른 글

[8] 모든 이야기에는 맺음이 존재한다  (0) 2025.12.09
[팔로워 영입] > 시올  (0) 2025.12.06
[마법사 시그르드] 서브퀘스트 ▶ 앎의 욕망  (0) 2025.12.06
[각성] 뇌운  (0) 2025.12.04
[각성] Hurakán  (0) 2025.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