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09 [아토스의 유적 4] "조각상이요?"불을 켜고, 다시 또 끄고. 왜 다시 끄는 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동행인에게 이 일련의 행위에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물을만큼 그리 호기심이 많은 성격은 또 아니었다. 다만 조각상의 흐름대로 불을 켜고 꺼야한다니 그 내용을 확인하고자 세워진 것들을 유심히 볼 뿐이었다. 불..... 불을 끄려면 역시 물이 필요하겠지. 조금 돌보다가 풀어준 야돈과 탱그릴이 문득 그리워졌다만, 사람이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대처할 수 없는 키를 가지고 있을 순 없는 법이었다. 막말로, 고고마가 싸우면서 난감해할 타입은 물 말고도 더 있었다. "다이아."자신이 기억하는 불은 물보다는 특수한 소화제나 흙으로 덮어버려 끄는 것이 더 많았다. 공사장에서 일할 때 업무시간이 끝나고 피워놓은 불을 끌 때마다 삽으로 .. 2025. 4. 7. [아토스의 유적 3] 찌르꼬를 볼에서 꺼내자, 녀석은 움직이기 귀찮다는 듯이 냉큼 머리 위에 올라앉아 버렸다. 평소에 게으름 피우는 거야 자유지만, 이왕 동행하기로 한 이상 마냥 퍼질러 지낼 수도 없는지라 -일명 '밥값'이라는 것이다- 움직이게 하려면 어느정도 지시를 해야했다. 그것이 야생 찌르꼬와의 약속이었다. "저기 흔적 보이지?"녀석을 달랑 들어서 벽에 난 흔적을 가리키자, 녀석은 눈을 몇번 꿈뻑거리더니 그것을 빤히 응시했다. 인간의 입장에서는 그저 좀 옛날의 의미있는 흔적정도였지만 포켓몬들에겐 또 다르게 와닿는 모양이었다. 가만히 뒷덜미를 놓아주자 퍼드득 날갯짓을 하더니 빠르게 덤벼들어 날개를 날카롭게 휘두르기 시작했다. 코르니 역시 그 움직임에서 무엇을 보았는지 소리 하나 없이 숨죽이고 동그랗게 커진 눈에 그 모든.. 2025. 4. 7. [아토스의 유적 2] "와."이거, 안다. 포디아x 존스에서 유적탐험하는 주인공이 어디 들어갔다 하면 꼭 한번씩 보는 함정패턴이다. 티비에서 하는 시리즈를 대충 볼 때는 아~ 이 유적이 호락호락한게 아니구나 + 주인공이 얼마나 빠르게 주파할 수 있느냐 를 측정하는, 일종의 난이도 및 캐릭터의 피지컬 측정기 같은거라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영화와 현실은 괴리가 있었고 그것이 어드벤처 물이라면 더더욱 그 차이가 클 수 밖에 없었다. 정정한다. 포x아나 존x 박사는 세계 최고의 아크로바틱을 펼치는 인간이다. "함정이군요! 돌파하죠!"말이 나오자마자 옆에 있던 포푸니라와 고지가 튀어나와 날카롭고 단단한 발톱으로 화살을 튕겨내기 시작했다. 귓가에 들리는 파공음에 앞으로 뛰쳐나가듯이 숙이려 했으나, 깡 소리와 함께 잘 벼려진 강철 발톱이.. 2025. 4. 7. [아토스의 유적] 관문으로 다가서자 춤추새가 총총 나와 공손하게 인사했다. 간단한 커트시 비슷한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절도있고 군더더기 하나 없는 것이 어지간한 춤이나 예절-포켓몬 스타일-을 위한 동작은 다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다쳐서 절뚝이는 코르니의 어설픈 춤..도 아닌 움직임은 단호히 거절했으니, 아마 제대로 한판하지 않으면 들여보내 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여기 전문가를 데려왔습니다!""아하하...잘 부탁해." 포켓몬들은 트레이너의 취향을 닮는 것인지 어째 하나같이 춤과는 거리가 멀었다. 밀어붙이는 녀석, 들이박는 녀석, 야무지게 꿀밤을 놓는 녀석. 이래서야 그때 관장님들이나 다른 베테랑들이 풀어내는 우아한 배틀로 가려면 갈 길이 멀었다. 그렇다고 멀쩡히 있는 관문을 피하는 것은 어딜보나 이쪽 배틀검정의 취.. 2025. 4. 7. [5] 유성산맥은 거친 능선과 다소 가혹한 기후로 어느 정도 산길에 익숙한 이가 아니면 쉽게 넘나들 수 없는 곳이었다. 그 너머에 자리 잡은 작은 마을 역시, 한동안 이름조차 붙여지지 않았을 정도로 접근성이 떨어졌으나 어디든 당장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혹독한 곳이 아니라면 둥지를 틀고 살아가는 존재가 있는 법이었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강인해야 하는지, 아니면 강인한 것들만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는 몰랐지만... 여하튼 산맥에 사는 포켓몬들 중에는 꽤나 사납고 터프한 녀석들이 많은 편이었다. 이곳에 사는 것들은 대체로 강인했다. 그건 포켓몬뿐만 아니라 인간도 그러했으며, 그곳에서 태어나서 올해로 열두살이 된 소년도 그러했다. 유성산맥의 혹독한 추위와 척박하고 험난한 절벽, 그리고 지루할 정도로 .. 2025. 4. 7. [스타샌드시티] 본래 태어난 곳은 바다와는 연이 없는 산맥 근처였으나 고향을 떠난 뒤로는 바다 위에서 일한 기억이 많았다. 빠른 시간 내에 일정 금액 이상 돈을 모으기 위해선 리스크가 큰 일을 해야 했고, 뱃일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괜찮은 일이었다. 배 위에서 숙식하며 며칠이 될지 알 수 없는 시간을 망망대해만을 보며 지내야 하는 것은 그리 문제 되지 않았다. 일이 좀 고되었지만 먼저 받는 돈을 생각하면 꽤 참을만했다. 다만, 그 위에서 한 사람 몫을 한다는 소릴 들을 정도로 익숙해진 뒤에도 바다라는 공간은 자신에게 꽤 낯선 곳이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보통 바다에 인접하거나 관련된 일을 했는지라 일이 좋고 싫고를 떠나 바다라는 공간에 미미한 연이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지긋지긋하다 하면서도 수평선을 바라보는 시.. 2025. 4. 3.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