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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차] 엄청난 굉장한 대단한 의뢰 단델리온 길드에 소속된지 어언 2년. 나이로보나 경력으로 보나 풋내가 날 정도로 모자란 쇠오리양은 무려 이 동네의 높으신 드래곤 백작님을 만나게 되었고, 백작님의 신부를 데려오기 위해 2달동안 동네를 떠나게 되었다. 아무리 신입이라 해도 길드원 생활 2년이면 여행 / 임무에 일희일비 하거나 평생 여행을 가본 일 없던 사람처럼 방방 뛰는 것은 직업적으로 본다면 꽤나 우스운 일일테다. 자연스레 추측할 수 있듯이, 월 단위는 아닐지라도 몇주동안 길드 밖에서 지낸다거나, 배달 및 의뢰때문에 먼 곳으로 가는 것은 길드에 들어간 뒤 한번 이상은 경험해봤다. 무엇보다 이 쇠오리의 첫번째 보호자, 설산의 바람에서 태어난 윈드워커는 용병이었고, 그를 따라 짧게 북쪽으로 여행한 기억도 선명했다. 왜 이렇게 마음이 붕 떠.. 2025. 10. 21.
어떤 대답 주의사항: 포켓몬에 대한 악의 / 포켓몬을 공격하는 표현이 있음. 공기가 부드럽고 밤이 더이상 춥지 않을 시기가 되면 물 오른 나뭇가지에서 새싹이 돋아난다. 시간을 모르는 이들은 그것으로 자신의 시간이 봄에 접어 들었음을 알기도 한다. 그 마수는 온전한 봄의 증거를 닮아있었다. 부드럽게 휘어진 나뭇가지의 새순 같기도 했으며, 아직 피지 못한 꽃봉오리의 모습 같기도 했다. 목적지를 향해 걸을 때마다 부드럽게 길 위의 것을 스치는 바람처럼, 따뜻한 볕 아래를 거니는 하찮은 것들처럼 여린 날개를 파닥이며 주변을 맴돌았다. 칼렌은 딱히 마수에게 관심을 두는 편은 아니었다. 아마 우연의 일치로 이곳에 넘어온 동료가 아니었으면 이 여린 꽃봉오리를 닮은 마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몰랐을테다. 그저 죽음.. 2025. 9. 29.
후일담 "다 울었어?""...안 울었어.""그래, 그렇다치자." 나도 다 큰 남자가 질질 짜는 거 별로야. 제라의 말에 차이브는 마저 남아있던 눈물까지 쏙 들어간다는 표정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가진 정이 매우 깊은 것과 별개로, 해야할 말이라 생각하면 또 해버리고 마는게 이 오누이의 특징이기도 했다. 그 말인즉슨, 마음을 확인했다고 당장 애틋해지거나 말랑한 반응이 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러고보니 제라가 저 녀석을 만나면 뭘하려 했더라? 한카리아스는 직전 날에 이건 꼭 말할 거라고 To-Do-List 를 검토하며 보여주던 파트너를 생각하며 다시 한번 조금 식은 라떼를 들이켰다. 암나이트 뺨치는 비꼬기, 그래도 계속 갖고 있던 진심 약간, 그리고..... "참, 배틀검정 통과한 거 축하해. 그럼 이제 취직하.. 2025. 6. 1.
[아르바이트] 여행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시간 여행 했다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보고 받을 때 얘길 들었죠?""그거.. 믿으시는거에요?""여러분이 저한테 이런 걸로 거짓말 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호쾌하다고 해야 할 지, 아니면 가능성을 많이 열어둔다고 해야 할지... 래리 박사와 길게 대화한 것은 캠프 이전에 인터뷰를 할 때와 지금이 전부였지만 바쁘지 않는 이상 기본적으로 '그럴수도 있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아마 캠프 사람들, 그리고 추천인, 눈 앞의 래리 박사를 제외한다면 그 기적은 그 누구도 믿지 않을테다. 조금 어색한 표정을 읽었는지, 래리박사는 빙긋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무엇보다 불타버린 대지가 한순간에 복구되는 일이 벌어졌잖습니까. 시공간을 이동하는 기적쯤은 있을 법하죠.""작년 트레이너 캠프도 어마어마.. 2025. 5. 31.
[아르바이트] 가든의 꽃을 아름답게 플로레 지방에 있을 때 잠드는 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기억은 있었다. 이곳에서 스러진 이들을 위한 공동묘지이자 오래된 수호신을 모시는 신전이라 했으나, 당장의 삶이 중요했던 이에겐 그리 와닿는 곳은 아니었다. 게다가 고요함이 필요한 모든 시설이 그렇듯이, 잠드는 탑은 메테오 시티에서 조금 떨어진 섬 비슷한 곳에 자리잡고 있어 더더욱 갈 일이 없었다. 그리고 2025년, 다시 돌아와 처음 발들인 탑은 4년 전 불꽃에 휩쓸려 재가 되어 버린 이들을 위한 위령탑이 되어있었다. 그 사이에 탑 구석구석에는 죽음의 기억이 진득하게 묻어야 했다. '한번쯤 가봐야 했었나.' 2020년의 잠드는 탑은 묘지이자, 신전이자, 어느 사제가 꾸리고 있는 생활공간이었다. 처음 탑에 발을 들였을때 느껴졌던 심상이 믿기지 않을 정.. 2025. 5. 31.
[12] https://wintertree90.tistory.com/470 (*[10]주차 레포트의 마지막 내용이 어느정도 반영되어있습니다) 웨이브 타운 외곽에 위치한 카페 [MAHINA] 는 이곳 특산물인 레몬으로 만든 레모네이드가 시그니쳐 메뉴지만, 뭐든 분위기 있고 한적한 카페는 다른 것으로 유명하기 마련이었다. 혼자서, 느긋하게 있을 수 있다면 둘이서도 느긋할 수 있었고 그런고로 이곳은 이 한적하고 평화로운 작은 동네의 데이트 스팟이었다. 당장 슬쩍 둘러만 봐도 자리를 차지한 손님의 평균 인원이 2명이었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묘하게 간질간질하고 표정이 부드럽게 풀려있다면 90퍼, 그리고 챡 붙어있다면 100퍼라 할 수 있었다. 다만 어디든 100퍼센트라는 말은 없는 법. 창가에 볕이 잘.. 2025.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