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08 [웨이브체육관] 필드 위에 발을 내딛자 천천히 체육관의 지붕이 열리기 시작했다. 서서히 드러나는 한없이 너른 하늘을 보면서 느낀 것은, 아. 이 하늘 역시 자신이 인지해야 할 배틀필드구나. 라는 깨달음이었다. 이제 봄은 끝나가고, 여름의 습기를 조금 머금은 바닷바람이 한번 필드에 감돌았다. 어찌보면 아직까지는 선선하고, 조금 청량한 바람이라 할 수 있지만 바다를 두려운 곳으로 만든 것은 바로 이 바람이기도 했다. 이것이 곧 돌풍이 되고, 폭풍이 되어 덮쳐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궤뚫는 듯한 눈빛의 관장을 마주보며 몇번이고 고민하고 고심했던 시간이 스쳤다. 아무리 거센 바람 속에서도 유유히 바람을 타며, 동시에 놓치지 않는 사냥하는 새의 눈이었다. 그러니 누구보다도 타겟팅하고, 빈틈을 궤뚫는데 능할것이다. 좋은 눈.. 2025. 5. 29. [아르바이트] 낭만고양이식 밤문화다냐 몇주전 플로레지방에 사람들을 세뇌하는 전파를 퍼트리고 다니는 광대 공학자가 프리즘호를 점거한 그때, 깨어나지 않는 잠에 빠진 사람들을 돌보면서 식량을 아껴먹던 일이 있었다. 창고에 가서 냉동만두를 발굴하고 기름에 푹 튀겨 먹기를 반복하기가 약 일주일. 앞으로 약 7개월정도는 튀긴 만두/군만두는 절대 먹지 않겠다 다짐하며 먹고 싶은 음식 얘기를 나눴었다. 그때 신오식 국밥이 얼마나 먹고 싶던지..! 직원이 먹은 숫자를 파악하기 좋게 뚝배기를 10그릇씩 쌓아두는 건 대식가 나름대로의 배려일테다. 허나 10그릇씩 묶는 것으로는 작정하고 먹기로 다짐한 장정 둘의 먹성을 감당할 수 없는지라, 테이블을 따로 빼서 그릇을 쌓았는데도 이미 한 테이블이 뚝배기로 된 산, 산맥, 흡사 숲과 같이 꽉 차서 쌓여있었다... 2025. 5. 27. [아르바이트] 웨이브타운 일꾼 모집 어떤 지방이든 '시작점'이라 불리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다른 도시와 마을에 비해서 훨씬 규모도 작고, 특징도 없는 그저 그런 마을이지만 어느 순간 긴 여정을 겪고 전당에 오른 트레이너가 나와 전 지역에 그 이름을 알리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웨이브타운은 플로레 지방의 '시작의 마을'이라 할 수 있었다. 이곳 웨이브타운에서 조용히 농장일을 돕고 지내던 어느 소녀는 단신으로 리그에 올라 챔피언을 꺾고 새로 전당에 이름을 올리며, 현재의 플로레 리그가 지향하는 이념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녀를 중심으로 지금까지도 조금씩 리그가 개편되고 있었다. 각설하고, 웨이브 타운은 챔피언의 고향이자 새로운 체육관을 지닌 도시라는 이명과 별개로 매우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의 동네였다. 커다란 건물 대신 넓게 펼쳐진 논밭.. 2025. 5. 27. [궤적체육관] 플로레지방의 트레이너들 사이에서 도는 표현 중 '궤적을 넘다' 라는 말이 있었다.순수하게 단어 뜻을 본다면 궤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수레바퀴의 흔적, 즉 누군가의 과거- 현재까지 이르는 것- 인지라 조금 말이 되지 않는 표현이거나, 역설적으로 과거와 현재를 넘는 것이니 미래로 향하는 표현이 아니냐 해석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그 궤적이 뜻하는 곳이 이곳 궤적체육관이라고 하면 놀랍게도 자연스럽고, 동시에 큰 영광의 길을 눈 앞에 둔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한때는 이곳이 리그 앞에서 각오를 묻는 마지막 관문이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궤적체육관의 주인인 관장 우바는 한때 챔피언이었고, 오랜 시간동안 이곳을 지킨 까마득한 선배 트레이너이자 가장 강한 수문장의 상징이었다. 그러니 차기 관장 후보들이.. 2025. 5. 22. [아르바이트] 그런데 자네...좋아하는 사람은 있나? "헤에, 그럼 등산가씨는 유성산맥에도 가보셨단 말이네요." 등산가란 대체 뭘까.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뭔가 다른 시야가 있는걸까.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험지에는 그 사람들이 존재하는 만큼, 지방마다 등산가를 볼 일은 많았다. 하나같이 뭔가 험난한 곳을 돌파하며 지내는 만큼 가끔 생각을 알기 어려웠지만...사실 직접 뭔가 위해를 끼치지 않으면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게 등산가를 대하는 태도였다. 무엇보다 이분들에게 캠프 초에 크게 신세를 (금구슬) 지기도 했고. "웃흥~♡ 거기 좀더 박박 밀어주겠어? 힘이 좋넹 ♡" 다소 목소리 톤이 기묘하거나 덩치가 커서 퍼스널 스페이스를 지키고 싶어지는 충동을 부르긴 하나 애들에게 상냥하고 거리를 지키니 나쁜 어른은 아닐테다. 게다가 등산가라는 이명이 괜히 붙은게 .. 2025. 5. 21. [11] (w. 초이스) 아~~!!!! 아마 방을 함께 쓰고 있는 초이스가 아니었다면 이런 비명이 나오지 않았을까. 다섯번째 플랜마저 막혀버리자 슬슬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이, 리프레시할 시간이 온 듯 보였다. 아마 상태를 텍스트로 나타낼 수 있다면 '오늘의 정해진 두뇌 용량을 모두 소비했습니다' 같은 안내문이 뜨지 않았을까. 뻑뻑해진 눈을 꾹꾹 누르고 있자니 근처에서 노트를 끄적이던 초이스가 이쪽을 보았다. "왜 그랭? 차이브씨? 슬슬 머리 아픈거양?""어..아마 1시간 정도는 쉬어야 하지 않을까. 슬슬 과열될 것 같아." 비명을 지를 수 없으나 대신 가방에 미리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놓아준 바츠ㅑ모 인형을 집어들어 쭉 늘리자 절규하는 듯한 소리가 났다. 물론 관문마다 나름대로 머리가 깨지도록 고민했고, 일단 최선을 다해 쥐어.. 2025. 5. 19. 이전 1 ··· 4 5 6 7 8 9 10 ··· 8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