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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바이트] 처음부터 다시 태어나도록!!! "기억나는 일이라면.." 패션에 영 관심이 없는 사람의 시점에도, 자신은 옷을 못 입는 편이었다. 그러니 최대한 무난한 상의와 하의+ 그리고 자켓 조합으로 코디를 하는 편이었지만 아무래도 기준이 프로 코디네이터를 넘어서서 한 지역의 패션의 거장에게는 정말 끔찍한 시각적 테러인 모양이었다. 적당히 인사를 하려다가 강제로 끌려가서... 객관적으로 따지면 '에스테틱'을 받았다고 할 수 있었지만 분명 격한 운동이 아닌데다 오히려 머리부터 발 끝까지 깔끔하게 꾸몄는데도 힘이 빠져있었다. 아마 마담 리무가 기자들이 왔다 알리지 않았으면 표정이 풀어진채로 매스컴에 나갔을터. 매체에 실리는 것과는 영 거리가 멀었지만 아카데미 쫀도기가 3년이면 타입상성을 안다 는 팔데아식 속담처럼 두 달간 코레들을 보아온 짬밥으로 대.. 2025. 5. 13.
악당과 이방인 (w. 초이스) 본래 떠도는 이가 맺는 인간관계란 안정이라든지, 건전함이란 단어와는 꽤 먼 편이었다. 그와중에도 운인지, 아니면 그 인생의 천칭이 적당히 자비를 베풀어 다시 한번 균형을 맞춰준 것인지 알 수 없었으나 그 불길한 '지인'들에게서 뜯기는 것도 많았으나 배워가는게 제법 있었다. 이를테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적응력이라든가, 자신이 구르더라도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뻔뻔함이라든가, 그리고 자신의 짐과 허물을 마주하는 다양한 시선이라든가. 그리고 그 불안정하고 불건전한 이들은 '정면승부' 와는 거리가 먼 족속인지라, 다양한 방식으로 허물과 과거를 피하거나 외면하거나 때로는 비틀린 시선으로 보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무게를 지고 힘겨워 하며 멈춰있는 트레이너는, 꽤나 책임감이 강한 축에 .. 2025. 5. 10.
[9] 회랑의 환상은 끝났지만 탑의 출구로 향하는 걸음은 무겁기 그지 없었다. 작전에 참여한 사람들은 이곳에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존재하지 않으나, 탑의 구조는 그대로인지라 익숙한 모습의 계단, 벽, 기둥 사이로 기억에 새겨진 환상의 모습이 얼룩과 미세한 흠집처럼 언뜻언뜻 보였다. 정확하겐 환각이 아니라 여운에 가까운 것이었다. "혹시 성묘를 하고 가도 될까요?""네, 따로 찾는 분이 계신가요?""아뇨. 아는 사람이 있는지 보려고요." 재의 날은 한순간에 꽃의 군락을 불태웠고, 달의 사당은 재가 되어버린 숱한 기억이 새겨진 묘지가 되었으나 그 잿가루 같이 맵게 흩날리는 죽음 중에서 자신이 기릴 것은 없었다. 플로레 지방에 적을 두었으나 거의 반절 가까운 시간동안 떠나있어 회랑에 길게 드리운 그림자의 무.. 2025. 5. 7.
[아르바이트] 재미있는 여름방학을 보내는 방법 "자, 그럼..."여름방학을 맞아 빈 시간이 늘어난 소년들에게 휴가는 빛살과도 같은 것이었다. 찬란하고도 눈 깜빡할 사이에 지나갈 시간. 그리고 시간을 어떻게든 쪼개서 쓸 수 있게 만드는 무한한 체력과 혈기는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못하고 애타하니, 한번 놀더라도 전력을 다하는 법이었다. 그리고 보통 10대 중후반 소년들이 날뛰는 에너지는 건물에 지어진 단단한 벽과 나무도 버티기 힘들어하는 난폭함이었다. 고삐 풀린 드래곤 포켓몬들, 거대 포켓몬들. 그것이 바로 10대 소년들이라는 존재였다. 혈기왕성한 소년들을 집중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냐, 첫째는 격렬한 육체적인 움직임이었으며 둘째는 격렬한 머리싸움이었으며, 셋째는 격렬한 반사신경의 싸움이었다. 이쪽은 당연히 몸으로 떼우는 것이 자신있었으나, 1년 뒤.. 2025. 5. 6.
[진화] 제라에게. 이 편지를 보고 있을 리는 없겠지. 왜냐면 이건 보내진 않을 거거든. 누군가는 글로 생각을 정리해서 논리 정연하게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 방법이라 생각하겠지만, 내가 마주 봐야 할 건 그때 내 선택에 휘말린 너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이건 그냥 처음으로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쓰는 편지야. 너는 잘 지내고 있을까. 4년 전에는 간신히 가족들과 무사했다는 소식 말고는 더 찾아보지도 않았네. 그 이후에도, 이번에도 동네가 불탄 흔적은 계속 덧나고 있고, 그때마다 플로레 지방의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만큼 네가 혼란스럽지 않았을까 생각이 많아져. 차라리 그때 함께 했으면 무서운 일을 겪지 않았을까, 아주 잠시 생각하다가도 네가 고향을 찾을 만큼 자랐고, 그 과정에서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 2025. 4. 29.
후일담- 13년전 [주의] 폭력/가정 학대 요소가 있습니다. 모든 이웃이 완벽하고 잘 맞으라는 법은 세상에 없었고, 생각보다 세상에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가 보여 담판 짓기 어려운 이웃이 많았다. A씨의 이웃 놈팽이 또한 그렇게 건드리기 애매한 부류였으나 동시에 가장 눈이 가고 마음쓰이는 조카들을 데리고 있기도 했다. 지극정성까진 아니지만 애들이 저 놈팽이 성질머리를 보고 듣는게 불쌍해서 종종 챙겨주곤 했었다. 그 아이들은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더럽고 치사한 꼴을 보면 도망치는게 당연한 일이었으나, 인사 하나 없이 사라진 것을 생각하면 아주 조금 섭섭했고 아주 많이 걱정되었다. 아니, 차라리 저런 인간 밑에서 크느니 알아서 자기 갈 길을 가는게 나은것일까. 적어도 그 '숙부'라는 놈만 없으면 그 애들.. 2025. 4. 29.